"AI가 낙찰가를 맞혀준다"는 광고를 보고 이런 반박을 들으신 적 있을 겁니다.
"예정가격은 난수로 뽑는 건데, 그걸 예측한다는 건 로또 번호 맞히겠다는 소리 아니냐."
이 지적은 대체로 맞습니다. 저희가 예측 기능을 만들고 직접 검증해본 입장에서,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부터가 지나친 말인지 정리해봤습니다. 그리고 복수예비가격이 뭔지부터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처음부터 적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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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복수예비가격이 뭔가
입찰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순서는 이렇습니다.
▸ 1단계: 기초금액 공개
발주처가 "이 사업은 대략 1억 원짜리다"라고 공고에 올립니다. 이건 미리 공개됩니다.
▸ 2단계: 복수예비가격 15개 생성
발주처가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±2~3% 범위 안에서 서로 다른 가격 15개를 미리 만들어 둡니다. 이게 복수예비가격, 줄여서 "복수예가"입니다. 이 15개 숫자는 개찰 전까지 아무도 못 봅니다.
▸ 3단계: 투찰하면서 번호 추첨
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금액을 쓰면서 1~15번 중 2개를 같이 고릅니다. 대부분 그냥 아무거나 누릅니다.
▸ 4단계: 가장 많이 뽑힌 4개로 예정가격 결정
모든 업체가 누른 번호를 세서, 가장 많이 나온 번호 4개에 해당하는 예비가격을 평균 냅니다. 그 값이 예정가격입니다. 이게 낙찰 판정의 기준선이 됩니다.
▸ 5단계: 낙찰자 결정
예정가격 이하로 쓴 업체 중에서, 낙찰하한율(보통 87.745% 등) 이상인 가장 낮은 금액을 쓴 업체가 1순위가 됩니다.
핵심은 4단계입니다. 예정가격은 발주처가 정하는 게 아니라, 그날 참여한 수십~수백 개 업체가 무작위로 누른 번호의 집계 결과로 정해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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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 그래서 "예측 불가"라는 말은 맞나
절반은 맞고, 절반은 부정확합니다. 나눠서 봐야 합니다.
▸ 맞는 부분: 예정가격 자체는 못 맞힙니다
15개 중 어느 4개가 뽑힐지는 참여 업체들이 그날 무작위로 누른 결과입니다. 여기에 규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근거가 없습니다. "AI가 예정가격을 맞혔다"는 광고는 성립하지 않습니다.
다만 정확히 하면, 예정가격이 기초금액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튀는 건 아닙니다. 복수예가 15개가 애초에 기초금액 ±2~3% 안에서 만들어지므로, 예정가격도 그 범위 안에서 움직입니다. "완전한 랜덤"이라기보다 "좁은 범위 안에서의 랜덤"입니다.
▸ 부정확한 부분: 로또와는 다릅니다
로또는 1~45가 전부 같은 확률입니다. 아무 정보가 없습니다.
낙찰률은 그렇지 않습니다. 저희가 보유한 실제 낙찰 데이터 963건을 보면 이렇습니다.
· 중앙값 99.05%
· 25~75% 구간: 97.0% ~ 100.1%
· 10~90% 구간: 91.5% ~ 105.9%
절반이 97~100%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. 로또처럼 균등하게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. 즉 "아무것도 모른다"는 아니고, "대략 어디쯤인지는 알지만 정확히는 모른다"가 맞습니다.
▸ 하지만 그게 AI 덕분은 아닙니다
여기가 중요합니다. 위 분포는 AI가 알아낸 게 아니라, 그냥 데이터를 세어보면 나오는 값입니다.
"물품 공고는 대체로 99% 근처, 적격심사 공사는 88% 근처"라고 말하는 데는 AI가 필요 없습니다. 개찰된 공고를 유형별로 묶어서 평균을 내면 됩니다. 엑셀로도 됩니다.
그래서 'AI 예측'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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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. 그럼 업체들이 파는 '예측 프로그램'은 뭘 하는 건가
대체로 이 셋 중 하나입니다.
▸ 과거 통계를 보여주는 것
"이 발주처는 최근 사정률이 +0.3% 근처였다" 같은 집계입니다. 유용할 수 있지만 이건 예측이 아니라 조회입니다. 나라장터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정보입니다.
▸ 번호를 찍어주고 AI라고 부르는 것
15개 중 2개를 고르는 건 어차피 무작위입니다. 어떤 알고리즘도 여기서 우위를 만들 수 없습니다.
▸ 생존자 편향을 실적으로 포장하는 것
회원 1,000명에게 각기 다른 번호를 뿌리면 그중 누군가는 반드시 낙찰됩니다. 그 한 명만 홍보에 싣고 나머지 999명은 언급하지 않습니다.
▸ 그래서 "그냥 유형별 평균 아니냐"는 의심은 합리적입니다
개찰된 공고를 물품·용역·공사로 나눠 묶고, 각 묶음의 평균 낙찰률을 그대로 내놓는 것. 저희가 보기에도 상당수는 이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.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. 유형별 평균은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. 문제는 그걸 "AI 예측"이라 부르고 예측 성능인 것처럼 파는 것입니다.
한 가지 덧붙이면, 유형별 평균은 생각보다 강한 기준선입니다. 저희가 저희 데이터로 확인해보니, 정교한 모델이 유형별 평균을 이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. 그래서 어떤 서비스가 "AI로 예측한다"고 주장한다면, 물어볼 것은 하나입니다. 그 예측이 단순 유형별 평균보다 나은지, 그걸 같은 공고 집합에서 비교한 수치가 있는지.
저희도 아직 그 비교를 완전히 통과하지 못했습니다. 그래서 저희는 이 기능을 "예측이 맞는다"가 아니라 "직접 찾아봐야 할 통계를 모아준다"로 설명합니다.
앞서 저희가 쓴 글의 요지도 이것이었습니다. 적중 사례만 나열하고 전체 시도 건수(분모)를 밝히지 않으면, 그 숫자는 검증이 불가능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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4. 그럼 뭘 해야 하나
예정가격 추첨은 못 건드립니다.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게 맞습니다.
▸ 손해 보지 않는 하한선을 먼저 정하세요
남들이 얼마 쓸지 맞히는 게임이 아닙니다. 이 금액에 낙찰됐을 때 우리 회사가 손해를 보는지가 먼저입니다.
원가(자재+인건비+외주) + 관리비 + 최소 마진을 계산해서 "이 아래로는 안 쓴다"는 선을 정하고, 그 선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남습니다. 무리하게 낮게 써서 낙찰되면 그 현장에서 손해를 봅니다.
▸ 낙찰하한율을 반드시 확인하세요
공고마다 다릅니다. 이 비율 아래로 쓰면 아무리 낮게 써도 자동 탈락입니다. 모르고 낮게 썼다가 무효 처리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.
▸ 발주처별 경향은 참고만 하세요
같은 기관이 반복 발주하면 낙찰률 분포에 어느 정도 경향이 나타납니다. 다만 저희가 데이터로 확인한 바로는, 업종 간 평균 차이(7%p)보다 같은 업종 내부의 편차(40%p)가 훨씬 컸습니다. 경향은 참고 자료일 뿐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.
▸ 자격 요건과 서류를 먼저 챙기세요
가격 몇 만원 차이보다 자격 미달이나 서류 누락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. 여기는 운이 아니라 확실하게 통제 가능한 영역입니다.
▸ 참여 횟수를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
추첨 요소가 있는 이상, 시도 횟수가 늘면 낙찰 가능성도 올라갑니다. 한 건에 분석 비용을 쏟는 것보다 자격이 되는 공고를 빠짐없이 찾아 여러 건에 참여하는 쪽이 낫습니다. 다만 앞의 하한선은 지키면서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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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. 저희 입장
저희도 투찰가 시뮬레이션 기능을 운영하고 있으니, 이 글은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.
저희 기능이 하지 못하는 것
· 예정가격을 맞히는 것 — 추첨이라 불가능합니다
· 낙찰을 보장하는 것 —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
저희 기능이 하는 것
· 비슷한 공고들이 과거 몇 %에 낙찰됐는지 모아서 보여주는 것
· 낙찰하한율과 분포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게 하는 것
· 그 구간이 실제로 얼마나 맞았는지 전부 공개하는 것
저희 구간 적중률은 적중률 페이지에서 빗나간 건까지 전부 공개하고 있습니다. 개선되면 개선된 대로,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같은 자리에 올립니다.
강조하고 싶은 건 숫자 자체보다 이겁니다. 저희는 그 숫자를 검증할 수 있게 공개하고 있습니다. 낮으면 낮은 대로 보이고, 틀리면 틀렸다고 지적하실 수 있습니다. 검증할 수 없는 높은 숫자보다, 검증할 수 있는 숫자가 쓸모 있다고 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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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리하면
· 예정가격은 추첨으로 정해지므로 정확한 예측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
· 다만 낙찰률 분포는 로또처럼 균등하지 않아서, 대략의 범위는 데이터로 알 수 있습니다
· 그건 AI가 아니라 단순 집계로 나오는 값입니다
· "적중률 90%" 같은 숫자를 보면 분모(전체 시도 건수)를 물어보세요. 없으면 검증 불가능한 주장입니다
· 통제 가능한 것(원가 하한선, 자격 요건, 참여 횟수)에 집중하는 게 실질적입니다
경험 있으신 분들의 보완이나 반박 환영합니다. 특히 실제 투찰하시면서 겪은 사례가 있으면 공유해주시면 도움이 됩니다.